4차 산업혁명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아마도 인공지능(AI) 또는 로봇일 것이다. 인간 두뇌와 유사한 지적 활동이 가능한 컴퓨터 또는 이러한 컴퓨터로 운영되는 기기를 AI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로봇은 이러한 AI에 의존해 환경 변화를 야기할 수 있는 물리적 장치를 통칭한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 산업 현장에서 요구되는 상당 부분의 작업 주체가 '인간'에서 '로봇'으로 대체되고,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노동 중 다수를 로봇이 담당하게 되며,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고 간주돼 온 의료·법률과 같은 전문 지식 제공 역할 역시 인간에서 AI로 옮겨갈 것이라는 전망이 존재한다.

미래 직업 변화에 대한 대표적인 연구 결과들을 살펴보면, 규모와 속도에 대한 이견이 있으나 머지않아 지능적 기계가 인간의 일을 광범위하게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변화가 예상되는 직업은 운송직, 사무 및 행정지원직, 서비스직, 판매직, 제조 및 건설 관련직이고, 대체 가능성이 낮은 직업은 교육, 법률, 예술, 사회 서비스 관련직과 관리 및 사업, 금융직, 건강 관련직, 컴퓨터 관련직이다. 하지만 대부분 직업이 자동화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빅데이터와 결합해 알고리즘을 구성할 수 있는 일들이라면 단순 반복이 아니고 복잡한 일이라도 AI가 빠르게 대치할 것이다. 예컨대 의사의 진단, 약사의 조제, 변호사의 판례 분석, 연구자의 자료 분석 및 기초 보고서 작성 등이 AI로 대체되는 것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한편으로는 AI로 대체되는 데 한계가 있거나 속도가 더딜 것으로 예상되는 직업들도 존재한다. 최근에 수행된 '맞춤형 취업지원을 위한 직업지표 연구'(박천수 외·2019년 한국직업능력개발원) 결과를 보면 10년 후 과학기술 발전으로 일자리 수 증가가 가장 클 것으로 나타난 세분류 직업은 주방장 및 요리 연구가(4.8점), 치과의사(4.8점), 일반 의사(4.8점)다. 이어서 상담 전문가(4.7점), 물리·작업치료사(4.7점) 등도 일자리 수 증가가 클 것으로 인식했다.이들 직업은 대체로 사람들 간의 관계를 다루는 대인 서비스 직업이 많고, 직간접적으로 사람의 생명, 안전, 위생 등과 연관성이 높아 면허(licence)나 자격(certification)이 필요한 직업이 다수다. 이에 따라 AI의 발전에 따른 기계화나 자동화에 의해 대체되는 데 한계가 있거나 더딜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미래의 직업·진로교육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첫째는 개별화 수업과 융합교육이다.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와 같은 온라인 공개수업, 가상현실, 빅데이터, 로봇 기술과 같은 첨단기술 적용은 학습자마다 개별화된 접근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며, 초연결 시대에 걸맞게 STEAM(융합인재교육·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s, Mathematics)과 같은 방식의 다양한 교과 간, 전공 간 융합이 일어날 것이다. 미래 교사는 현재와 같은 지식 전달자 위주의 역할에서 코치, 퍼실리테이터, 코디네이터, 인생디자이너, 진로가이더, 상담가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변화될 것이다(임언 외·2017년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마지막으로는 일선 학교의 교육계획 및 교육과정 내에서 학생들이 미래사회 및 직업 변화와 영향에 대한 인식을 높일 수 있도록 체험활동 방식의 실제적인 경험을 증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초·중학교 현장에서 4차 산업혁명, 미래의 직업세계 변화, 진로설계 등 내용을 진로교육에 포함시키고 미래 직업체험 프로그램으로는 AI, 지능형 로봇, 가상현실 등을 개발하거나 미래 직업을 체험하는 내용으로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현재 이뤄지고 있는 초·중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4차 산업혁명 분야 진로체험 프로그램 운영 현황을 살펴보면 드론, AI, 사물인터넷(IoT), 3D, 가상현실, 빅데이터, 스마트팜 등 7개 분야에 해당하는 프로그램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중에서 3D프린팅 및 모델링 관련 프로그램 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10월 발표된 4차 산업혁명 대정부 권고안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의 시대정신은 뷰카(VUCA)로 요약된다고 한다.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이 특징이다. 이러한 뷰카 시대 인재는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스스로 일한다. 불확실성에서 가치를 찾기 위해 도전하는 과정에서 무수한 실패와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과를 이뤄내기 위해 힘쓴다고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인재는 성장에 대한 지속적인 열망과 지적 호기심으로 기술과 사회의 변화를 수용할 수 있고 자기 주도성과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창의성 및 분석능력을 갖추고, 복잡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다른 인재와 협업할 수 있는 높은 사회적 지능을 보유한 존재다. 인재들은 이러한 우수한 기초 자질을 토대로 산업 현장에서 요구되는 실무적 전문지식과 기술을 적극적으로 습득하면서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창업이나 기존 기업의 내부 혁신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정책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직접 경험하고 체험하고 때로는 실패와 시행착오를 이겨내는 도전정신이 필요하다. AI가 쉽게 넘볼 수 없는 인간의 고유한 능력, 지능을 넘어 지성·지식을 능가하는 지혜를 개발하는 길에서 그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도 '지혜로운 인간'은 SF영화에서의 뻔한 결말처럼 'AI에 의존하는 로봇'과의 전쟁에서 언제나 승리할 것이다.

[장혜정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진로체험학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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