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은 인류에게 진보를 가져다 줬지만 쇄국은 퇴보만을 불러왔다. 인류 전체의 이익과 미래를 견인한다는 책임감으로 타인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 (왕자루이 제12기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

"세계의 상호 의존성이 높아진 현재 21세기 냉전은 불가능하고 일어나서도 안 된다. 몇몇 나라의 노력만으로는 인류의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글로벌 싱크탱크들의 협력이 절실하다." (로빈 니블릿 채텀하우스 소장)

인류는 그동안 경험해 보지 못한 글로벌 난제에 직면해 있다. 1단계 무역합의로 급한 불은 껐지만 G2 간 갈등은 언제든 기술 패권 전쟁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제와 금융 불안정성이 심화되면서 글로벌 거버넌스는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과학 기술의 진보가 만들어낸 4차 산업혁명은 인류를 한층 더 예측 불가능한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블록체인, 양자컴퓨팅, 5G(5세대), 자율주행 등 기술 혁신은 산업계의 지형, 인간의 생활 방식을 예측할 수 없는 속도로 변화시키고 있다. 기술 혁신에 대한 낙관론과 우려가 교차하는 시점에 첨단 기술이 이끄는 미래에 대한 통찰력이 절실한 때다.

올해 20돌을 맞은 세계지식포럼은 '지식혁명5.0'이라는 큰 주제를 두고 글로벌 리더들과 인류를 둘러싼 미증유의 위기에 대한 해법을 모색했다. 인류는 인지혁명부터 농업혁명, 과학혁명, 산업혁명까지 총 네 차례의 지식혁명을 통해 발전해 왔지만 현재 직면한 글로벌 난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판단에서다. 올해 9월 서울 신라호텔·장충아레나에서 열린 제20회 세계지식포럼은 인류의 조화로운 번영을 추구하는 새로운 시대정신인 '지식혁명5.0'을 제시하면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계 분야에서 새로운 지식혁명의 길에 대해 모색했다.

'지식혁명 5.0 인류 번영을 위한 통찰력'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이 책은 이번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한 240여 명의 국내외 연사들의 고민과 해결책을 담은 보고서다. 프랑수아 올랑드 제24대 프랑스 대통령, 에스코 아호 제37대 핀란드 총리 등 국가 정상은 물론 제리 양 야후 공동창업자, 스티브 첸 유튜브 공동창업자, 밥 우드워드 워싱턴 포스트 부편집인,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 린이푸 베이징대 교수 등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독자들은 이번 세계지식포럼의 축약본인 이 책을 통해 저명한 인사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과 통찰을 엿볼 수 있다.

세계적인 경제사학자로 손꼽히는 퍼거슨 교수는 "현재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은 기술 전쟁 단계를 넘어 이미 2차 냉전에 돌입했다"며 "중국이 경제뿐만 아니라 그들의 독재 시스템까지 동아시아 전체로 팽창시키고 있으며, 이는 결국 동아시아에서 민주주의가 살아남을 것인가 하는 중대한 문제로 확장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중국 대변자로 나선 린 교수는 "미국과 다른 중국 체제의 차이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생긴 오해"라며 "퍼거슨의 경고는 아마도 자신들의 문화적 유산인 서구 제국주의를 담보로 과거에 자신들이 그랬으니 중국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중국은 다른 국가에 우리 체제를 도입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이 책에서는 세계 경제 상황에 대한 엄중한 진단도 담겼다. 2008년 금융위기를 한 발 앞서 예측해 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뿐만 아니라 미국·이란 간 지정학적 갈등, 브렉시트 등을 글로벌 경제를 둘러싼 '3대 치킨게임'으로 꼽았다. 루비니 교수는 "치킨게임 중 하나라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으면 지금의 경기 위축이 금융위기로까지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책에는 4차 산업혁명으로 '기술이 인간을 압도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달랠 기술 혁신과 인류의 공존을 위한 지혜도 담겼다. 리처드 볼드윈 제네바 국제개발대학원 국제경제학 교수는 "세계화와 로보틱스가 합쳐진 글로보틱스의 시대에서 저숙련 노동자뿐만 아니라 고숙련 전문직 역시 일자리를 위협받게 될 것"이라며 "글로보틱스가 가져올 사회 갈등에 앞서 국제적인 디지털 거버넌스 구축 등 정책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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