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오는 2020년 지역 화폐와 트러스트 비즈니스에서 블록체인 사업을 주도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실질적인 수익을 거두겠다는 의지도 함께 드러냈다. 그동안 김포시·울산시 등에서 블록체인 기반 지역화폐 사업을 전개한 것과 함께 서비스형 블록체인(BaaS)·탈중앙화 신원증명(DID) 등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블록체인을 접목했던 시도의 결실을 보겠다는 포부다.

지난해는 블록체인 기술 연구 조직에서 4년 동안 연구한 성과를 바탕으로 블록체인 전담 TF(테스크 포스)를 설립해 사업화를 본격 준비했다. 올해는 TF를 블록체인비즈센터로 확대하며 사업화의 의지를 본격적으로 구체화했다.

박기열 KT 블록체인사업개발 팀장(사진)은 최근 디스트리트와 인터뷰에서 "올해 KT가 블록체인비즈센터를 조직화하면서 센터 안에 사업 영역별로 총 8개 팀(사업팀 6개·기술 개발팀 2개)을 꾸렸다"며 "보유한 블록체인 기술 역량을 각각 사업 영역에 실제로 접목해 내년을 수익 창출의 해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KT-부산시, 연간 발행액 3000억 규모 블록체인 지역화폐 출시

그중에서도 지역 화폐 사업의 성과가 두드러진다. KT는 지난 4월 자사의 블록체인 기반 지역 화폐 플랫폼인 '착한페이'를 김포시에 적용하며 당초 목표보다 약 3배가량 높은 300억 원을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박 팀장은 "경기도 내에서 블록체인과 상관없이 지역화폐를 도입한 지자체가 30곳이 된다"며 "그중에서도 블록체인을 도입해 지역 화폐를 발행한 김포시가 최대 발행량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KT는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이후 울산시·공주시 등에서도 착한페이를 적용했으며 내년 1월에는 세종시·익산시·칠곡군 등에서 서비스할 예정이다.

국내 최대 규모 지역 화폐 시장이 될 것으로 평가받는 부산시와도 손잡았다. KT와 부산시는 연간 발행액 3000억 규모의 블록체인 기반 부산 지역화폐인 '동백전'을 오는 30일 출시한다. 동백전은 블록체인 기반의 카드형 지역화폐로 동백전 모바일 앱 혹은 하나은행·부산은행 등에서 발급 신청 및 충전을 할 수 있다. 신용카드 단말기가 있는 부산 시내 모든 점포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백화점·대형마트·기업형 슈퍼마켓·사행성업소 등에서는 사용이 제한된다.

김포시와 부산시에서 동일하게 진행한 지역 화폐 사업이지만 결제 방식에선 차이가 있다. 김포시는 모바일 QR 결제 방식을, 부산시는 카드형 결제 방식을 각각 택했다. 카드형 방식은 사용이 편리하다는 점에서, 모바일 QR 방식은 결제 가맹점에게 수수료를 감면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을 가진다.

박 팀장은 "카드는 기존 결제 인프라를 사용해야 하므로 가맹점이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며 "반면에 모바일 QR 방식은 시에서 운영하는 가맹점이기 때문에 수수료를 받지 않고도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소상공인 지원 측면에서는 모바일 QR 방식이 유리하지만 시 입장에선 사용자가 익숙치 않을까 봐 카드를 선호한다"며 "이를 고려해 카드와 모바일 QR 방식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형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KT와 부산시는 지역 경제 소상공인을 위한 지역화폐로 동백전을 운영할 예정이다. 박 팀장은 "부산시가 카드형을 택한 이유는 카드 사용 가맹점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제외한 채 지역 가맹점에서만 특수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산시민·소상공인·지자체 세 주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상생형 지역 화폐 서비스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지역 화폐 확장성에도 관심을 두고 준비 중이다. 에너지 화폐와 서비스형 모빌리티(MaaS)가 대표적이다. 박 팀장은 "많은 지자체가 보통 지역 경제 활성화 측면에서만 지역 화폐에 접근한다"며 "KT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에너지 사업과 통합 교통 서비스 등에 블록체인 기반 지역 화폐 플랫폼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화폐(토큰)는 에너지 절감 등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활성화에 기여한 사람에게 보상으로 제공한다. 보상으로 받은 에너지 화폐는 지역 화폐 플랫폼과 연계해 지역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현재 지자체 A에서 시범으로 구축 중이며 내년에 본격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MaaS에 속하는 통합 교통 서비스에도 접목한다. 쉽게 말해 지역 사회 내 여러 교통수단을 하나의 지역 화폐 플랫폼에서 통합 결제하는 원페이 서비스다. 박 팀장은 "MaaS 플랫폼에선 집에서 목적지까지 이용해야 하는 모든 교통수단을 다 연결해준다"며 "이때 결제 수단에 블록체인 기술이 사용된다. 일종의 교통 화폐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지자체 2곳에서 시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인증·유통·이력 관리 등 ‘트러스트 비즈니스’도 주력

지역 화폐 사업을 통해 토큰 이코노미 영역에서 성과를 보인 가운데 블록체인을 적용한 트러스트 비즈니스에도 집중한다. 크게 인증·유통·이력 관리 등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할 방침이다. 박 팀장은 "KT가 블록체인으로 집중하는 영역은 토큰 이코노미와 트러스트 비즈니스 등 크게 2가지"라며 "토큰 이코노미에선 지역 화폐와 디지털 바우처 사업으로 가능성을 확인했다. 트러스트 비즈니스에선 데이터 유통·실물 거래 유통·헬스케어 플랫폼·인증 등에서 사업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여러 차례 실증 사례도 선보였다. KT는 지난 7월 농심데이타시스템(NDS)과 손잡고 블록체인 기반 식품안전이력관리 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양사는 당시 해당 사업을 통해 농축산물 및 식자재, 가공식품 유통 관리의 투명성을 높이고 향후 블록체인 기반 식품 유통 시장을 개척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10월과 11월에는 블록체인 기반 할랄 인증 플랫폼과 무인환전 서비스를 각각 공개했다. 블록체인을 적용한 트러스트 플랫폼을 구축하고 다양한 서비스 모델을 발굴하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박 팀장은 "올해 트러스트 비즈니스 영역에선 사업의 구체화보다는 시도한다는 의미가 컸다"며 "그중에서 가능성 있는 부분들을 압축하고 집중해서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사업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까지 선보인 할랄 식품 유통·무인환전 플랫폼 외에도 차량 데이터 유통·의료 정보 및 보험 서비스 연계 플랫폼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SKT·LG유플러스를 비롯해 삼성전자·금융사들과 함께 추진 중인 '이니셜' 서비스 활성화에도 힘쓰고 있다. 이니셜은 모바일 전자증명 서비스로 종이 증명서를 발급받고 제출하는 불편함을 덜어준다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박 팀장은 "트러스트 비즈니스 영역에 DID 서비스도 속해있다"며 "내년 초 서비스가 처음으로 출시돼 시장에 파급력을 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이니셜 DID 연합에 속한 11개사 외에도 행정안전부·보험사·대학교 등 참여 주체가 많은 대규모 서비스인 만큼 출시 후 효용성이 확대되면 더 큰 가치를 지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니셜 DID 연합에는 KT∙SKT·LG유플러스∙KEB하나은행∙우리은행∙코스콤∙삼성전자∙현대카드∙BC카드∙신한은행∙NH농협은행 등 11개사가 참여 중이다.

KT는 블록체인 기술이 가진 사업적 가치에 주목했다. 박 팀장은 "현재까지 블록체인을 하는 기업 중 사업 모델을 실질적으로 굴리고 있는 곳이 없다"며 "블록체인을 기술적으로 접근했어도 기술에서만 끝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KT는 블록체인이 공허한 기술에서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내년에는 지금까지 다양한 사업에서 시도했던 것을 바탕으로 사업 성과를 본격적으로 만들겠다"며 "우리가 좋은 레퍼런스가 돼 다른 기업도 블록체인 기술로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지영 D.STREET(디스트리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