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핀테크 산업의 '별들의 축제'인 '매경 핀테크 어워드 2019'가 2개월 동안의 모집·심사 일정을 마무리하고 막을 내렸다. 대상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결합한 비재무 정보 기반 기업 평가 모델을 만든 '지속가능발전소'가 거머쥐었다. 최우수상은 기존보다 9% 저렴한 비용으로 해외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인'과 실시간 근로자 출퇴근 인증·급여 지급 플랫폼을 개발한 '엠마우스'가 공동 수상했다.

매일경제신문이 주최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이 후원한 올해 매경 핀테크 어워드에는 총 41개 기업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가운데 6개 기업이 1차 서류전형과 2차 프레젠테이션(PT) 심사 등 치열한 경쟁 끝에 우리나라 금융 산업의 새 성장동력이 될 혁신 기업으로 당당히 수상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데이터는 21세기의 원유'라는 시대적 인식을 고스란히 보여주듯 올해 핀테크 어워드를 관통한 키워드 역시 '데이터'였다. 대상에 선정된 지속가능발전소는 비재무, 즉 'ESG(환경·사회·거버넌스)' 정보를 기반으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후즈굿(whosgood.org)' 솔루션을 개발했다. 기존에는 재무 성적표가 좋은 '돈을 잘 버는' 회사가 시장에서 후한 평가를 받았다. 반면 지속가능발전소의 후즈굿은 진정한 '착한 기업'을 선별해준다. 재무적 성과를 넘어 기업의 지배구조와 리더십, 노사관계와 업무 문화, 환경 보전 기여도 등을 종합해 회사를 평가하기 때문이다.

ESG 분석 시장의 규모는 현재 110억달러(약 13조5000억원)로 추정된다. 윤덕찬 지속가능발전소 대표는 "ESG 정보를 기반으로 AI를 활용해 기업을 평가하는 회사는 전 세계에서 4곳에 불과하다"며 "그중 하나가 지속가능발전소"라고 소개했다. 현재 싱가포르투자청(GIC), 미국 텍사스퇴직연금 등 전 세계 기관투자가 111곳 소속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 200여 명이 지속가능발전소 보고서를 이용 중이다. 지속가능발전소는 이번 심사 과정에서 창의성, 사업성, 금융 산업·소비자 기여도 등 전 분야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데이터와 함께 올해 핀테크 어워드에서 한 축을 이룬 키워드는 '플랫폼'이다. 최우수상을 수상한 엠마우스는 '알바워치' '페이워치'라는 비정규직 근로자와 영세 고용주를 위한 출퇴근 인증, 급여 지급 플랫폼을 개발했다. '포용적 금융'의 실천 모델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

알바워치나 페이워치를 이용하면 사업자와 근로자는 1분 만에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또 자동항법장치(GPS)를 기반으로 한 출퇴근 인증 시스템을 통해 정확한 근로 시간을 기록할 수 있다. 고용주 입장에서는 근태에 대한 걱정을 줄일 수 있고, 근로자는 부당하게 급여를 덜 받을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최우수상 공동 수상자인 모인도 '전자지갑(e-wallet)' 종합 금융 플랫폼을 꿈꾸는 스타트업이다. 전 세계 국가 간 송금 시장은 연간 600조원 규모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모인은 새로운 여러 기법(풀링·네팅·프리펀딩 등)을 동원해 해외 송금 수수료를 획기적으로 낮췄다. 소비자는 기존보다 90% 저렴한 가격에 해외 송금을 할 수 있다. 과거 3~5일 걸렸던 송금 기간도 사실상 실시간에 가까울 정도로 빨라졌다.

우수상을 받은 중금리대출 전문 개인 간 거래(P2P) 기업 8퍼센트는 20%를 넘는 고금리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저신용자들에게 11% 안팎의 중금리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8퍼센트는 최근 법인대출로 영역을 넓히면서 외연 확장에도 성공했다. 8퍼센트는 패스트파이브 2호점 설립 당시 자금을 빌려줬고, 쏘카에도 대출을 해줬다.

학생독립만세는 '소득공유' 후불제 교육 서비스라는 신개념 아이템으로 눈길을 끌었다. 소득이 없는 취직 전에는 교육비에 대한 부담 없이 수업을 듣고, 취업에 성공한 뒤 밀린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의 교육 서비스다. 취직에 성공한 수강생이 내는 비용으로 취업준비생들이 수업을 듣는 셈이다. 지금까지 총 1100여 명의 수강생이 학생독립만세를 거쳐 갔고, 누적 후불 금액은 13억원에 달한다.

우수상의 피노텍은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한 AI 기반 '맥락 데이터' 신용평가 솔루션을 개발한 업체다. 맥락 데이터란 스마트폰으로 파악한 소비자의 온·오프라인 생활 패턴을 의미한다.

■ 심사평 / 신제윤 前금융위원장
금융 新영역 개척…4차산업혁명 윤활유 기대

"이제 우리나라 핀테크(금융과 기술의 결합) 스타트업들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매경 핀테크 어워드 2019' 심사위원장을 맡은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 회장)은 올해 심사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신 전 위원장은 핀테크 산업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인 핀테크 산업 육성의 시초로 꼽힌다.

그가 금융위원장을 맡았던 2013~2015년만 해도 핀테크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했다. 그러나 핀테크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직감한 신 전 위원장은 2014년 "핀테크는 금융 산업 신성장 기회"라는 점을 강조하며 전향적 규제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 전 위원장은 "대상을 받은 '지속가능발전소'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이용해 그동안 평가가 어려웠던 비재무지표를 객관화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기존 재무적 지표 중심의 기업 평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ESG(환경·사회·거버넌스) 기반 기업가치 평가 솔루션을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유력 기관투자가들이 이용하고 있다는 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최우수상을 받은 '엠마우스'는 핀테크 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엠마우스는 사회적 약자라고 할 수 있는 파트타임 근로자와 영세 고용주를 대상으로 출퇴근 시간 인증과 그에 따른 실시간 급여 시스템을 연결하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다. 신 전 위원장은 "엠마우스는 앞으로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의 참여가 있다면 핀테크 산업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 전 위원장은 최우수상 공동 수상자인 '모인'에 대해서는 "해외 송금 수수료를 절감시켜 금융소비자의 편익을 증대하고 이미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상당 금액의 투자를 받는 등 사업성이 충분히 검증됐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김강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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